나는 주저앉은 채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. 어떤 사람이 이 상황에서 움직일 수 있을까. 그렇다. 내 인생을 통째로 바꾸어놓은 순간. 지금이었다. 물론 나도 이때까진 여기서 더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. 우주복을 입은 사람... 같이 보이는 무언가는 문을 뜯어내 던져버리곤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. 헬멧 안쪽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기...
간질간질한 시선이 느껴진다. 눈을 뜨고 있지 않아도 시선이 간지럽게 볼을 훑어 내리는 것이 느껴진다. 꿈과 현실의 경계 어딘가에선 시선마저 촉감이 느껴진다. 잠시 후, 후 하고 불어오는 숨결에 나는 화들짝 잠에서 깼다. 눈을 뜨자마자 시야에 낯익은 얼굴이 가득 찼다. 아직도 잠에서 덜 깨서 그런 걸까. 그 조금은 장난스러운 시선에서 가볍지 않은 무게감이 느...
내 인생은 정말 평범하고 무던했다. 정말 너무 평범해서 내 인생을 영화로 만든다면 아무도 보러오지 않을 것이고, 내가 누군가의 인생을 영화로 만들어 출연한다면 지나가는 행인 567번 정도일 거라 자신할 수 있었다. 평범한키, 평범한 얼굴, 평범한 성적, 평범한 직장... 단 하나도 특별한 게 없었다. 내 인생이 뒤집힐 사건이 일어나기 바로 얼마 전 까지만 ...
도통 저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알 수가 없다. 날 피하고 싶어 하는 게 빤히 보이기도 하고, 그러면서도 내가 한 걸음 다가가면 피할 듯 피하지 않는다. 저리 가라는듯 악을 쓰다가도, 손을 내밀면 잡아 올 듯 군다. 더 웃긴 건 그런 자신에 대한 자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것이다. 잘 기억나지도 않는 부모님 이야기를 해가면서 억지로 친구라고 우겨...
원하는 것을 손에 갖지 못한다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다. 할아버지가 모든 것을 다 들어주고, 챙겨주는 편이었다고는 해도 나라고 모든 것을 가질 수는 없었지만, 나는 원체 물욕이라던가, 욕심이 없는 사람이었던지라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. 특히나 사람은 더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. 오면 오는대로, 가면 가는 대로. 내 인생...
수행평가 핑계로 정우의 집을 자주 가서 그런지, 우리는 꽤나 편한 사이가 되었다. 가끔은 딱히 이유가 없더라도 그냥 그 집에 가서 숙제를 하거나 음악을 틀어두고 뒹굴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. 그리고 그 시간은 마음이 쉴 곳이 없던 나에게 점점 더없이 소중한 때로 변해가고 있었다. 미술 수행평가로 제출했던 상대방 초상화 그리기는 결국 임정우를 보면 떠오르...
겉으로는 못이기는 척 친구를 하자고 했지만, 누군가 이렇게까지 관심을 보인 건 처음이라 나는 임정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고민이었다. 사실 친구다운 친구라고 할게 없었던 터라 더 고민스러웠다.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곤 인터넷에서 본 '마이쮸 먹을래?" 밖에 없었다. 이건 내가 생각해도 박장대소를 하는 임정우가 떠올라 마음 한켠에 곱게 접어두었다. 그리...
우리는 문구점에서 대충 도화지 몇장을 사 들고 곧장 집으로 갔다. 제출일이 아직 멀었지만 연습도 해야 하고 아직 서로에 대해 모르지 않냐는 것이 임정우의 주장이었다. 나는 별 생각 없이 쫓아갔다. 아직 대낮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임정우의 집엔 아무도 없었다. 그림을 그려야 했기에 작은 전학생의 방이 아닌 거실의 탁자에서 자리를 잡았다. 곧 저녁인데 부모님이...
이사 가기 일주일 전이었다. 나는 아직까지도 짐을 다 정리하지 못했다. 언젠가 이곳을 떠날 것이라곤 생각했지만, 이렇게 급하게 떠나게 될 줄은 몰랐던 탓에 마음이 복잡했다. 고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본격적으로 입시를 준비하려면 서울에 있는 미술학원 본원에 다니는 것이 좋을 것이라던 원장의 말을 전하긴 했는데, 할아버지는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이사와 전학을 결...
너희 언제 친해질래.... 주인공 철벽이 심해서 저도 곤란하네요
**** 지난번 체육 시간 이후, 전학생은 대놓고 나와 함께 다니기 시작했다. 사실 함께라기 보단 일방적으로 나에게 붙어 다닌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. 보통 새 학기가 시작하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는 나와 말을 붙여보려는 친구들이 종종 있었는데, 내가 그다지 또래답게 재미있고 활기찬 성격이 아닌지라 나가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. 그리고 나도 굳이 필...
그 집에서 잠깐 행복했던 기억이 전학생에 대한 기억을 미화 시켰던 것 같다. 원래 이 녀석은 막무가내란 것을 그 하루 사이에 잊었던 것이다. 아무 언질도 없이 다시 자신을 무시해대는 것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어쩌다 눈이 한 번씩 마주칠 때면 전학생은 불만섞인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. 수업 시간엔 가끔 [왜 아는척 안해?], [:P] 이런 유치한 내용의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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